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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의 '조드' : 자연, 인간, 그리고 투쟁]

Posted in [책] // Posted at 2012/03/18 21:59
Yourte
Yourte by Ludovic Hirlimann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 이 리뷰는 샘플용 전자책을 보고 쓴 글입니다. 

초원의 삶은 눈이 생명이다. 혹독한 겨울과 고립무원의 고독, 사방을 둘러봐도 그지없이 막막한 일망무제의 벌판밖에 없는 땅에는 지평선 너머에도 지평선이 있고, 그 너머에도 또 지평선이 있었다. 한 생명이 좁게 갇혀서 지내거나 사방팔방으로 열린 세상에서 드넓게 살도록 해주는 건 오직 눈의 능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었다.
- 김형수의 「조드」중에서...
 

거친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대지속, 강한 기후에 단련된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곳.
여름이면 땅의 푸른 결이 일렁이고, 겨울이면 빛, 그 빛의 빛, 그 빛의 빛의 빛으로 눈이 시어 도저히 눈 뜰 수 없게 되는 그 곳. 초원. 몽골.

시간을 거슬러 인간의 역사를 더듬어 오르다 보면, 인간과 자연이 포개어지는 순간이 있다. 비로소 그때 신화가 탄생한다. 신화는 어느새 인간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드디어 역사는 시작된다. 자연은 인간을 다듬는다. 인간은 자연에 맞서 이겨내려 하지만, 결국은 자연이 내놓는 입김에 순응한다. 자연의 입김은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선사하고, 환희와 절망을 내리며, 지혜와 사기를 불러오며, 단결과 분열, 전쟁과 평화의 씨를 뿌린다. 이 모든 것을 인간은 선과 악으로 포장한다.

평원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양태는 거치면서 질기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사슴족'과 '늑대족'에서부터이다. 사슴족의 처녀와 늑대족의 청년이 '근친혼'의 풍습을 거스리고 야반도주한다. 이 두 남녀는 '보르칸 산'에 신접을 꾸리고 살아간다. 늑대족에서 푸른 늑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곳에서 자식이 자식을 낳기를 열 번을 더하자 평탄한 이야기에서 격동적인 이야기로 바뀌게 된다. 

그 자손들 중 '외눈박이'와 멀쩡한 눈을 가진 그의 동생이 있었다. 외눈박이는 어느날 '알랑고아'라는 무지개 땅의 코리 족의 예쁜 처자가 그녀의 아버지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처자를 훔쳐 달아나 동생과 결혼시킨다. 그 후 말 그대로 잘 살다가 외눈박이가 죽고, 또 얼마후 그 동생마저 죽자 알랑고아는 이제 아이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련한 처지가 되었다. 아이들은 총 다섯이다. 어느덧 알랑고아마저 자연으로 돌아갔고, 형제들은 그녀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가장 약한 막내 '바보' 보돈차르 몽학을 쫓아낸다. 그런데 이렇게 쫓겨간 보돈차르 몽학은 어딘가에서 매를 부리며 악랄한 한겨울에도 먹이가 끊이지 않으니 그 수문을 듣고 여기저기에서 부랑아들이 찾아오고 또 몽학이 홀로된 여자들을 찾아 데려오니 부족이 만들어졌다.
...특히 어디서 묻어온 기질인지 바보의 본성이 바람둥이인지라 온 초원을 뒤져서 홀로 된 여자들을 죄다 데려다 닥치는 대로 아내를 만들었다. 물 좋고 싹 좋은 목초지를 만난 양 떼들처럼 잿빛의 아이들이 마구 퍼뜨려졌다. 
 이후 고원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또 아이를 낳아서 겨울이 백 번쯤 지나가자 큰 나라를 이루었다.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

 이것이 거룩한 황금 뼈대가 탄생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세운 집안을 후손들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는 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 속에서 엄청나게 큰 왕이 나오자 모드들 다투어 알랑고아의 말을 믿고 그리워하게 되었다...

- 김형수의 「조드」중에서...
 '김형수'의「조드」는 어느 인간들의 이야기를 해대는 소설이지만 자연을 노래하는 시와 같다. 자연을 거부할 수도 그렇다고 이겨낼 수 없는 애증의 노래와 같다. 이 책에서 자연은 하나의 지혜의 책자이자 천경이다. 인간은 자연을 이고 산다. 그들은 토템을 만들어 자연을 숭배하지만 그 토템이 곧 그들의 문장(紋章)이 된다. 이렇게 자연을 노래하다 이제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바뀐다. 신화에서 역사는 이렇게 갈라진다. 

알랑고아라는 여자를 조상으로 모시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처음으로 인간의 시간대가 등장한다. 서력 1174년. 이제 본격적으로 테무진, 그러니까 몽골 제국을 이룩한 '칭기스칸'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목민들은 혈통을 가릴때 '흰 뼈', '검은 뼈'라는 말을 썼는데, 소설 속에서 이 뼈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보돈차르 몽학의 직계는 '흰 뼈'이기에 곧 테무진도 '흰 뼈'이다. 결국 이런 흰 뼈라는 태생의 굴레는 테무진이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었고, 존경과 반목속에서 그의 이야기는 진행되는 것이다.

샘플북을 읽어 앞으로 기나긴 여정을 할 테무진의 이야기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조드'라는 자연의 거친 입김속에서 가축을 기르고, 또 부족을 보호하고, 부족의 경계를 확장하면서 곧 광대한 서사가 될 테무진, 칭기스칸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게 보여지고 기대에 부풀게 만든다. 

자연속에서, 자연을 숭배하며, 자연의 대리인으로 토템을 만들어 떠받들고, 이 토템으로 자신들의 명예와 영예를 기리고, 또 신을 불러오는 무당을 통해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우는 이런 것들은 모두 제국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주춧돌이다. 자연이라는 외부의 힘과 영이라는 내부의 힘의 조화를 모색하며 자신들의 땅을 확장하고 가축을 늘려나가는, 그래서 보편적 문명세계를 위협하며 그들만의 풍습을 세계 이곳저곳에 심어놓았던 몽골제국의 선조의 이야기는 몰아쳐대는 문장속에서 의외로 정치적이고,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정치적인 의미로는 곧 제도와 문화, 풍습 그리고 전쟁일 것이고, 인간적이다는 의미로는 엄청난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이 곧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친구이고 또 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복잡하지만 인류 역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겨 놓았던 몽골제국의 시초의 이야기, 또 제국을 이끌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묵직하면서도 이야기 속의 곳곳에 심어진 시와 자연의 노래 때문에 부드럽고 매끈하다. 작가의 문체가 경외롭기 까지 하다. 

어쩄든 빠른 시기안에 이 책의 나머지 뒷부분을 읽을듯 싶다. 정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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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수북지기

    <조드>의 작가 김형수 초청 북콘서트가 4월 11일 열립니다. 오후 7시 30분 북스리브로 홍대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신청 페이지 http://suyobook.blog.me/11013459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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